황우석의 관점, 김해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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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름이 같지만 물론 ‘그’ 황우석은 아니다. ‘이’ 황우석은 아트선재센터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십 여년 동안 전시의 공간 공사와 설치를 도맡아 일해 온 아트선재센터의 전시 테크니션이다. 전시 공간의 설치에서 작품의 설치까지 오랜 노하우와 꼼꼼함으로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해왔다. 전시를 하며 그를 알게 된 작가들이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“황부장님”, 때로 “마스터 황”이라고도 불리는 황우석 기술 부장님을 소개한다.

황우석 아트선재센터 기술부장

김해주(이하 김): 처음 미술관 일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?

황우석(이하 황): 아트선재센터가 세워지기 전, 지금의 미술관 자리에서 열렸던 1995년도의 전부터 설치에 참여했어요. 당시 힐튼 호텔 소속으로 일하면서 아트선재센터에 파견 나와 일을 하게 된 것인데 내가 손재주가 많은 것을 알아보고 미술관 일을 요청받았어요. 그때는 전시 도면을 가지고 힐튼의 건축, 목공팀에 자문을 구하면서 만들었어요. 특별히 배운 건 아니고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거예요.


김: 원체 손재주가 좋으셨나봐요.

황: 어릴 때 우리 동네 친구 머리도 깎아 주고 다했죠. 학교 다닐 때부터 이발 도구를 갖고 있어서 짧은 머리는 내가 다 해줄 수 있죠. 옛날에는 다 이렇게 짧게 치니까. 친구들이 집에 와서 깎아 달라고 하면 가위 자국 없이 깎아 주고. 군대 가서도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내무반의 머리를 다 깎았던 것 같아. 한 70명 되잖아요.


김: 힐튼 호텔에서 일하실 때는 그럼 목공팀 소속이셨어요?

황: 나는 사실 기계를 만지고 고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자동차 쪽에서 일하기를 원했는데 힐튼 호텔 가든에 배정되었어요. 거기서 안 해 본 일이 없어요. 가든 일 하면서 농장 관리도 하고 두루두루 5-6년 정도 일하다가, 아트선재센터가 오픈하면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어요. 그때 칸막이 공사부터 시작해서 작품 설치까지 전시 공사는 하나하나 배워가며 일하는 과정이었어요.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영상 설치는 외부 업체에서 와서 하고, 전시용 가구는 외부에서 만들어 온 것도 있고 내가 만든 것도 있어요.

준양: 오버뷰 퍼스펙티브 (2018.04.20 - 06.03) 제작 과정

김: 가벽과 같은 공간 제작뿐 아니라, 작가들의 작품 제작에서 함께 하시는 경우도 있었죠??(『커넥트 아트선재센터 1995-2016』을 보며 이야기 나눔)

황: 김소라 작가의 아이스크림 작업(전시 안타르티카(2004) 중 설치작업 볼케이노) 같이 공간 설치와 작업이 결합된 경우들이 그렇죠. 레스 오디너리(2002)에서 마튜 메르시에의 무제(기둥들)도 도면 보고 굵기가 다른 파이프들을 설치하고 색칠하는 것을 다 했어요.


김: 야요이 쿠사마의 전시(2003년) 같은 경우가 특히 설치의 규모도 크고 복잡했을 것 같아요.

황: 설치가 복잡하고 자재비도 많이 들었어요. 관객도 많았죠. 당시에 관객이 하루에 한 1,100명 정도 왔고 전체 약 5만 명 정도 온 걸로 알고 있어요. 토비아스 레베르거 개인전(2004)의 경우는 전부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어서 3층 층간에 올라가서 전선 연결하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. 그때는 천장이 막힌 상태여서 층간에 올라가 기어다니면서 선 뽑아서 전선 연결하고 한 백여 개를 한 것 같아요. 임민욱 작가의 깨진 유리를 바닥에 설치하는 작업(임민욱 개인전 점프 컷통로: 점프 컷(2008))은 센서가 연결되어 있어서 청계천에서 도면대로 센서 라인을 제작해 와서 달기도 했어요.

토비아스 레베르거 개인전 (2004.06.06-2004.08.01) 설치 전경

김: 설치가 좀 특별히 도전적이었던 경우가 있었나요? 해결하기가 힘들고 어려웠던 작업이 있었나요?

황: 해결하기 힘든 건 그 구동희 샘 거(구동희 개인전 딜리버리(2019)) 정말 힘들었어요. 짧은 준비 시간도 그렇지만 제작 자체도 그렇고, 워낙 커브 형태의 작업이 많고 바닥도 완전히 편평하지는 않으니 형태가 잘 안 나와서, 다시 뜯어서 수정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죠. 직선의 가벽이라면 뭐, 예전에 경주에서는 약 550미터의 가벽을 3.5미터 높이로 일주일 만에 다 한 적도 있어요.

구동희: 딜리버리 (2019.07.20-09.01) 제작 과정

김: 과정이 어려웠지만 설치해놓고 특별히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었다면요?

황: 없는데. 일본작가 다츠오 미야지마의 작업(카운터 오브 라이브(1999) 중 메가 데스)은 과정이 좀 까다로웠어요. 창가를 칸막이로 막고 조명을 다는 작업이 있었는데 설치가 좀 까탈스러웠죠.


김: 보통 설치하면 2주 정도가 걸리죠?

황: 공간 구성하는 데 1주일하고, 작품 설치하는 것 1주일하고.

카미유 앙로: 토요일, 화요일 (2020.07.23-09.13) 제작 과정

김: 전시 도면 받아 보면 뭐부터 딱 생각나세요?

황: '이거 너무 어려운데?'


김: 매번 그런 생각이 드세요?

황: 그렇진 않지만... 단순 칸막이들은 사실 간단해요. 그런데 라운드 형태의 가벽은 골치 아파요.


김: 큐레이터나 전시 담당자가 전시 관련 자료를 전달하거나 공사와 관련해 대화할 때 어떤 방식이나 순서로 설명해주는 것이 편하세요?

황: 아무렇게나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요.


김: 어떤 방식이든?

황: 네, 어차피 도면을 두고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면서 작가들에게 이렇게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그런 거잖아요.


김: 근데 부장님은 ‘안 된다’는 말씀을 잘 안 하시는 것 같아요.

황: ‘안 된다’는 말은 되도록 안 하죠. 진짜 안 되는 것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.


김: 방법을 찾아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.

황: 안 된다고 하면 돼요? 다 할 수 있는 건데. 우리는 장비가 많지 않으니 손으로 맞춰서 그때그때 해주는 것이 많지요. 예술은 작가가 생각한 것과 똑같이는 안 나와도 근접하게 해주겠다 그래야지 그거 ‘안 된다.’ 그러면 안 돼죠. 웬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.

육근병: 생존은 역사다 (2018.06.15-08.05) 제작 과정

김: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시는 편인데, 일하다가 다치신 적은 없나요?

황: 터키에 전시 설치하러 갔을 때, TV 설치할 때 선을 안 보이게 하려고 구멍 뚫어 가벽 뒤로 넘어가서 선 딱 꼽고 그냥 놓았으면 되는 거였어요. 그런데 그걸 굳이 또 선이 빠질까 봐 묶고 온다고 그러다 두 손을 딱 놓아버린 차에 용접해 놓은 발판이 떨어져 버렸죠. 뒤꿈치가 깨져서 그 때 병원 가서 깁스하고 진통제 사고 그랬어요. 막 성급하게 해서 그래. 차근차근해도 충분한 시간이었어. 나의 실수죠 뭐. 아무튼 그 당시에는 젊으니까 체력도 남고 날아다녔죠. 지금은 체력이 없죠


김: 지금은 체력이 떨어지시는 게 느껴지세요?

황: 체력보다는 팔을 너무 많이 썼어요.


김: 부장님 예전에 특공 훈련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.

황: 침투조였어요. 전쟁 났을 때 몰래 침투해서 폭파하는 훈련, 특수훈련을 받았어요. 그냥 산에 풀어 놓고 밥도 안 주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일주일 동안 시간 주고 물건을 찾아와라 그랬어요.


김: 고향이 영덕인데 그럼 제대하시고 서울로 오셔서 자리를 잡으신 건가요?

황: 제대하고 바로 서울로 온 건 아니고 구리에 있다가 선배가 가게 하는데 도와 주려고 서울로 왔죠. 그 때 먼저 강남에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강북에 자리 잡으니까 돈이 안 되는 거야. 처음 잡을 때 터전이 제일 중요한 거야. 뒤늦게 알면 뭐 해.


김: 쉬는 날에는 산에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.

황: 터키 갔다 온 후로는 발목 때문에 한 3년 동안 틈만 나면 산에 다니면서 운동했어요. 불광에서 수유로 넘어오고, 도봉산에서 불광으로 넘어오고. 이제는 가끔 운동하려고 하는데 꾸준하게 안 해서 그런지 좀 허덕이는 것 같아요.


김: 나중에는 은퇴하고 노년이 되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?

황: 시골 내려가서 그냥 농사 짓고 살아야죠. 난 그게 좋아요.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캐고, 지금도 산 다니면 뭐가 있나하고 봐요. 산에 가면 무섭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안 무서워요. 언젠가 자연인으로 돌아가야지. 그 때까지는 힘 닿는 데까지 일하다 가야죠.


김: 작업하셨던 전시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있으세요? 작업으로서 재밌다 싶은.

황: 구동희 개인전. 내가 봤을 때, 구동희 샘이 좀.


김: 구동희 작가 작업이 어떤 면에서 재밌다고 생각하셨어요?

황: 그걸 피자로 만드는 사고가 독특해서. 일은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는 거잖아요. 형태도 그렇고, 나머지 끄트머리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요.

구동희: 딜리버리 (2019.07.20-09.01) 제작 과정

김: 그런 형태를 해본 건 처음이어서 도전적이지만 하고나니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.

황: 이런 거(인터뷰 당시 준비하고 있던 전시)는 아무것도 아니죠. 치수만 있으면 되니까. 그렇습니다.


김: 알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

준양 오버뷰 퍼스펙티브 전시 철거 중, 시트지를 떼어다가 고쳐 붙인 문장